아멜리 노통 – 시간의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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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내 머리속 인식은 “화장실 책” 이었다. 약 반년정도 화장실 책꽃이에서 한번에 10페이지 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해 읽혔던 부분이 또 읽고, 가끔은 중간중간 띄어 읽히고, 그러다 책장으로 갔다가, 그리고 어느날 다시 화장실로를 반복하였다. 읽기는 한 3번정도는 읽은것 같지만 작가가 의도는 커녕 책의 내용조차 정리가 안되는 상태로 1년간 “읽은 책” 으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문득 무슨 작정인지 화장실이 아닌 독서대로 책을 옮겨놓고 시간을 할애하기로 하였다. 책분량이 작아서인지 서너시간에 후딱 읽은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책속의 주인공인 “아멜리 노통” – 그렇다 작가는 자신을 그대로 책안에 담아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전개하고 마무리한다 – 과 셀시우스라는 2580년에 살고있는 한 과학자와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줄을 제외하고 모두 대화형식의 소설인데 단조로운 형식에 비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것이 대화 하나하나가 참으로 기발하다. 20세기에 살고있는 노통이 26세기로 시간 이동하여 “20세기 눈으로 바라보는 26세기” 라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이 씌어진 1996년이 현재시점이 되지만 이미 지금은 2010년, 바야흐로 21세기인것이다. 당시 시점에서 작가가 생각해내는 “미래는 이럴것이다” 라는 상상을 14년이 지난 지금 짚어보면 조금 방향이 잘못 잡힌것도 있다. 하긴 로봇들이 싸움을 하고 순간이동과 타임머신이 자연스러운 어릴적 공상과학 만화의 배경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즈음이 아니던가.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2580년은 아직 570년이나 남았으니깐.

작가는 과학의 합리성이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것에 대한 부도덕함을 제시하는데 대부분 “설마 저렇게 되겠어?”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불과 수십년사이 효율과 합리, 그리고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교체된 것들 – 손편지에서 간단한 이메일로, 점점편해지는 자동판매기들, 표준화된 성형얼굴들, 점수화되는 개인등급등 – 이 스쳐지나가면 “무섭네, 진짜 저렇게 되는거 아니야?” 라는 걱정도 없지 않아 있다. 아름답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한것들 일명 “낮은 등급” 은 사라지고 그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조차 사라지는 세상, 그것이 작가가 걱정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얼마전 “루저발언” 을 통해 잠깐 웅성거린적이 있는데 분명 작가의 상상력 안에서라면 루저의 존재는 필요없으며, 오히려 사라져야할 인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훨씬 오래전부터 다루어져온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직설적이고 허무맹랑함을 가장하여 정곡을 찌를 수 있는 이가 14년전 존재하였고, 지금도 좋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살인자의 건강법 (1992년)“으로 화려한 데뷔를 한 아멜리 노통, 베스트 셀러의 작가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관심을 놓기에는 아쉬운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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